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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죽음을 넘어서 : 구한말 이화의 사랑이야기
   
 
  도서코드 >>  75886
  도 서 명 >>  사랑은 죽음을 넘어서 : 구한말 이화의 사랑이야기
  출 판 사 >>  포도원
  저 자 >>  W. 아더노블
  상 태 >>  최상
  출판년도 >>  2000
  포인트 >>  20 원
  판매가격 >>  4,000
  구입수량 >>   재고:1권(개)
 
서 적 소 개

[사랑은 죽음을 넘어서](원제 EWA)는 이인직의 \'혈의 누\'가 출간된 1906년에 뉴욕에서 미국인 선교사 노블에 의해 발표된 소설로 1882년부터 1886년까지의 구한말 격동기에 청일전쟁, 명성왕후 시해, 독립협회 활동 등을 중심으로 한 비극적인 시대 배경 속에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신념과 용기 있는 행동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격동기의 파도를 헤쳐 나가면서 전개되는 남녀 주인공들의 목숨을 건 아름다운 사랑은 단순히 개인의 연애 감정이나 우정의 차원을 넘어 민족과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승화된다.


[본문 208-212쪽 \'죽음이 갈라 놓을 때까지\'중에서]

죽음이 갈라 놓을 때까지

날이 밝자 나는 노래를 부르며 돌아다녔다. 노래를 할 때마다 돈이 들어왔다. 점심을 사 먹고 여관 방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곯아 떨어졌다.

여관의 방마다 촛불이 켜질 무렵, 잠에서 깨어난 나는 이화가 있는 마을로 갔다. 두 시간을 걸어 나는 어제 만났던 검은 바위 옆에서 다시 이화를 만났다.

다소곳이 인사를 하고 난 이화는 앞장서서 북쪽으로 걸었다. 이화가 내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만족감을 느꼈다. 이화의 짐을 내 봇짐에 올려놓고 우리는 밤새도록 걸었다.

이화는 명랑하게 웃으면서 지치지 않고 걸었다. 먼동이 트자 이화는 아침 노래를 하는 새들에게 이야기하듯 휘파람을 불었다. 보통 얌전한 처녀와는 달리 이화는 참새에게 다가가 짹짹 우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구슬처럼 맑은 목소리로 웃었다.

우리가 목적지로 삼았던 마을에 도착하자 마자 이화는 머리에 장옷을 뒤집어 쓰고 마을 한가운데 있는 집을 향해 앞장섰고 나는 그녀를 뒤따랐다.

그 집에 들어서자 그녀가 여인들만 기거하는 방으로 가는 바람에 우리는 잠시 헤어졌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 목소리로 보아 그들은 오래된 친구인 모양이었다.

집사가 문을 열어 주면서 내게 앞자리로 들어와 앉으라고 정성스레 안내하였다. 집사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에 나는 우리들의 방문 목적을 설명하였다.

\"신간을 잘 맞추셨습니다. 목사님은 오후에 오실 겁니다. 신자이십니까? 그 처녀를 여종이라고 말씀하셨나요?\"
그는 크게 말하면서 손을 뒤로 돌려 문을 닫았다. 문이 꼭 닫혀지지 않아서 몇 번 흔들렸다.

나는 이화가 여느 시골 처녀처럼 예절바르게 인사하는 걸 보면서 같이 걸어오던 때의 생기발랄했던 모습을 생각했다. 잠시 후 나를 접대하던 집사가 다시 되돌아왔다.

\"물론 선생께서는 이해하시기 어렵겠습니다마는.\"
그는 내 의아스런 표정을 읽으면서 활기차게 설명했다.

\"야소교 모임은 좀 다릅니다. 우리는 여인들과도 이야기합니다. 여인들도 인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동등한 위치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실 때처럼 여인들은 여인들의 자리가 있고, 남자는 남자의 자리가 있습니다. 머지않아 여인네들은 존경과 특권이라는 측면에서도 남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낡은 구습을 버려야 합니다. 십자가의 힘은 우리들의 모든 병폐를 고쳐 줍니다. 때가 왔습니다.\"
그는 열정적으로 말을 덧붙였다.

\"불공평한 것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참으로 남자와 여자가 자기들의 고유한 권리를 가질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이 나라에서 아전의 매질로 죽었다는 말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말은 그가 좋아하는 화제 같았다. 내가 야소교인들이 그동안 그들의 모임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무슨 기도를 하고 무슨 목적을 달성했는지를 묻자 그들은 이미 이룬 사업에 관해 열심히 설명하였다.

나는 생각했다. \'야소교인들은 소수의 무식한 사람들과 상대하는 데 반해서 우리는 나라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있는 세력가들과 손잡고 일을 한다. 그래서 야소교인들이 여러 해를 두고 이루어야 하는 일들을 우리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다.

그때 목사가 들어왔다. 그의 큰 키를 보고 나는 놀랐다. 그는 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그는 저녁에 있을 교인들과의 모임을 준비해야 하며, 저녁 모임에서는 많은 의식이 행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목사의 역설적인 태도는 나를 놀라게 하였다. 그들은 신자를 얻기 위해 할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쓰면서도 엄격하고 심히 까다로운 입교 절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교인들은 그들을 군인처럼 훈련시키는 목사를 끔찍히 존경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를 위해서라면 자신들의 눈이라도 뽑아서 내어줄 것 같았다.

오후 늦게 혼례식이 준비되었다. 나는 몇 가지 기본적인 교리를 들었으나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이곳에 도착해 헤어진 이후 이화를 보지 못했다.

혼례식장에 나타난 이화는 머리 위에 장옷을 덮어쓰고 있었다. 많은 교인들과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혼례식장 근처는 구경꾼이 겹겹이 둘러 서서 거리까지 이어질 정도로 붐볐다.

우리는 마침내 더 넓고, 사면이 터진 안뜰로 안내를 받았다. 마당 위에 자리가 펼쳐지고 몇 사람은 대나무 기둥 위를 가로질러 차양을 묶고 있었다.

혼례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당황스러워진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물었지만 그때그때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했다. 사람들은 내가 이화의 장옷을 벗기자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화는 소리없이 미소 지었다. 장옷을 위로 추켜올리자 사랑스런 이화의 얼굴이 드러났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추례자의 질문에 대답했다.

\"당신은 이 여자를 사랑하십니까?\"
회색빛 머리칼을 가진 목사가 물었다.
\"네, 저,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킥컥거리는 웃음소리가 여기저기 터져나왔다. 그리고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을 때까지\"라고 복창했다. 다음으로 이화의 차례가 되었는데 누가 일러주지 않았는데도 모든 질문에 척척 잘하였다.

예식이 끝나자 저들은 신부를 데리고 갔다. 나는 무리들 속에 있었지만 그들은 내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이화를 찾았다. 그러나 직접 만날 수 없었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 만나야 했다. 잠시 후 이화가 나타나 며칠간만 더 머물 것을 제안했다.

그녀는 내가 새 신앙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울 것을 원하고 있었다. 신앙 서적들이 내 손에 쥐어졌다. 나는 사흘 동안 성실하게 종교 서적들과 씨름하였다. 나는 결코 우둔한 편이 아니었지만 그걸 이해하는 데 실패하였다.

나중에는 이런 책들에 대해서 지루함을 느꼈고 열정적인 설교도 그저 흘려 듣기만 했다. 내 마음은 북쪽으로 가는 여행 계획에 쏠려 있었다. \'지체없이 해안에 있는 증기 기관선에 타야 한다.\'

그 며칠 동안 나는 이화가 여자들 방문 앞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조용히 인사를 하거나 간혹 예배 드리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것을 보는 것 이외에 그녀의 모습을 보 수 없었다.

어느 날 오후 나는 이화를 따라 소나무가 무성히 자라난 언덕으로 걸어 올라갔다. 이화는 나에게 자기의 지나온 인생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녀는 좋은 가문에서 누구보다도 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자라왔다는 것, 그리고 모든 예절 관습을 배웠으며 동료나 이웃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 사람들이 그녀를 찾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사랑과 그리고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 어떤 분이 그녀에게 글 읽는 것을 가르치려고 하였으며 그녀는 배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궁리를 하였으며 더 많이 알려고 노력하였다는 것, 그래서 그녀의 주인이 현감에게 편지를 쓸 때 그녀가 맞는 글자를 일러주었더니 놀랐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될 수 있으면 숲 속에서 지내려고 하였고 새들과 말 못하는 짐승들과 곤충들과도 친해지려고 애써서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미신적으로 숭배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화가 자기 주인을 어떻게 이겨내고 그 주인이 자기 인생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였는지, 그러나 그는 이화를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였다는 것을 말했다. 이화는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갑자기 물었다.

\"당신께서는 저를 믿으시나요?\"
\"그럼! 그렇고 말고. 나는 너를 믿어. 종교가 네게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것도.\"
그녀는 당황하는 태도로 눈길을 돌렸다.

\"계속 말해 봐.\"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아무도 서방님께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행동을 하는 것이지 듣는 것이 아닙니다.\"

이화의 얼굴에 고통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나는 야소교인들에게 짜증이 났다. 그러나 내가 무엇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화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여기를 떠나기 전에 제가 먼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아십니까?\"
\"어디를 가야 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되물었다.
\"뒤쫓아오는 사람들로부터 안전하려면 서울로 가야지.\"

나는 우리들의 안전과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설계한 나의 계획들을 상세하게 설명하려고 했다. 그 순간 이화의 얼굴에 고민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내가 서방님을 어떻게 만들려고 하는지 아십니까?\"
\"행복한 사람으로.\"
나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심각한 기분을 풀어주려고 장난스럽게 허리를 아래로 굽혔으나 그녀는 손을 내저었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녀 옆에 앉았다.

\"보세요.\"
이화는 내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오래 전에 내 주인이 미신적인 충동에 사로잡혀 나에게 낙인을 찍고 난 뒤 그렸던 표시에요. 주인은 우리 조상들이 몸에 문신을 하는 전통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 분은 한번 마음 먹으면 아무리 어렵더라도 결코 그것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분은 바늘과 그림 물감을 가져와서는 손수 내 팔에 십자가 모양의 문신을 그렸습니다. 그 사실로 나는 언젠가 십자가의 희생이 될 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승지-왕실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
새로운 약속
훼방꾼
대동강을 따라
현감 사또
외국인들
신부를 찾아서
서양에서 온 귀신
대동강에서의 조난
은자
청일전쟁의 희생자
마요 노인
사형 집행
돌연한 공포
회복기
새로운 신앙
고향집
이화를 찾아서
구속
궁궐 습격
폭동
끈질긴 추적
해후
죽음이 갈라 놓을 때까지
양심
위험한 일
조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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